조선(북한)에도 한국의 국회처럼 '최고인민회의'라는 게 있어요. 여기선 국회의원을 '대의원'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최고권력자가 임의대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인민(국민)들이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해요. 즉, 조선(북한)은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 거에요.
가장 최근 선거일은 2019년 3월 10일이었어요. 제14기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였는데요. 아래 이미지에서 붉은 박스는 선거 당일 로동신문 1면이에요. <모두다 선거에 한사람같이 참가하여 우리 인민주권을 반석같이 다지자>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는데요, 이렇게 적혀 있어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모든 선거자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한사람같이 참가하여 진정한 인민의 대표들을 선거함으로써 가장 우월한 우리의 인민주권을 반석같이 다지고 국가사회제도를 더욱 공고발전시켜나가도록 하여야 할것입니다.》
나머지 3개면은 선거 다음 날인 3월 11일 로동신문의 1~3면인데요. 사진 보이시나요? 투표를 하기 위해 몰려든 인민들이 '선거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거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해요. 그리고 1면 하단에는 '중앙선거위원회' 명의로 다음의 보도문이 발표됐어요.
"18시현재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선거를 위한 전국의 모든 선거구들에서 다른 나라에 가있거나 먼바다에 나가 일하고있는 선거자들을 제외하고 선거자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들이 투표에 참가하였다."
즉, 선거자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해요. 그래서 북에서의 투표율은 항상 99.9%를 나타내죠. 참고로 한국은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거 투표율은 66.2%였고,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투표율은 58.2%였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예요. 민주주의는 정치체제로서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통치하는 방식을 구분하는 것이고, 공산주의는 경제체제로서 성장과 분배 방식을 고민하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민주주의 및 공산주의와 대비해서 사용하는 개념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정치) 민주주의 ↔️︎ 독재 / 자유주의 ↔️︎ 권위주의
(경제) 자본주의 ↔️︎ 공산주의・사회주의
그렇기 때문에 조선(북한)은 공산주의 체제면서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일 수도 있는 거에요.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역시 지난 비밀작전에서 말했듯이 UN인권이사회는 조선(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규탄하며 2003년부터 19년 째 매해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어요.
조선(북한)은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고 말해요. 그래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뜻풀이를 새롭게 하고 있어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과거의 전제군주 국가나 부르주아 국가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인민적 민주주의 국가로 인민들이 주권을 가진 국가라고 해요.
정리하면 조선, 민주주의, 공화국이 이전에 없던 단어인 것은 아니지만 뜻만 '우리식'으로 다르게 사용한다는 건데요. 솔직히 뭐가 어떻게 왜 다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아 혼란스럽게 여겨져요. 이름이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던 국가답게 차라리 신조어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