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8., Deep Dive 비밀작전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는 문자 그대로 '국가 간 정치'를 뜻해요. 그러나 '국가들의 정치'라고 해서 인간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느 조직이든 강자와 약자가 있고, 불균등한 구조 안에서 나의 이익을 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에요. 다만 범주가 세계지도로 넓어지는 것 뿐이에요.
그런데 늘 말하듯이 '처방은 진단에서 비롯되는 법'.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방법론이 달라져요.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신)현실주의, ▲(신)자유주의, ▲구성주의 라는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신)현실주의'라는 이론은 다음의 논리 구조를 가져요.
(신)현실주의에 따르면 국가들은 핵무기나 전략적 자산을 경쟁적으로 늘려가게 되는데요. 문제는 돈이 들어요. 그리고 주변국의 힘이 커지는 걸 늘 경계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도 높아요. 그래서 막강한 힘을 가진 초강대국과 동맹을 맺거나 특정한 블록에 포함되는 걸 선호해요.
다만, 세계가 '무정부 상태'라는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동맹이나 기타 협력 수단은 단기적으로만 유효하다고 판단해요. 그래서 '초강대국' 간의 세력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워요. 바로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을 두고 전 세계가 들썩이는 것처럼요.
무정부 상태를 가정하는 (신)현실주의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모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와요. 하지만 인간세계가 그러하듯 국제사회가 끝없이 경쟁만 하는 건 아니에요. 무역은 물론 기후변화, 코로나 백신과 보건 등의 영역은 국가 간에 장기적인 협력이 필수죠.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춰 나타난 이론이고 행동이에요. 국가들의 상대적 이익이 아니라 모두에게 기회이고 희망일 수 있는 절대적 이익을 중시하는 데요. 대표적으로 UN을 들 수 있어요. 무정부 상태에는 없던 '초국가적 권위체'를 만들어 국가 간 협력을 행위자들에게 강요하는 거죠.
그래서 (신)자유주의에서 중요한 건 '규범, 제도, 국제법, 국제기구' 등이에요. 이러한 변수들이 국제사회에 공유되는 가치와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국가들 간에 상충되는 이익을 조율하며 전체의 부를 끌어 올린다는 거에요.
다만 이러한 '체제(regime)'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패권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해요. 초강대국이 UN의 권위에 도전한다면 다시금 무정부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UN은 오랫동안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는데요. 지금은 중국이 UN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신)현실주의는 안보, (신)자유주의는 경제, 보건, 환경 등의 의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선 다르지만, 국제사회를 '합리적 행위자의 전략적 행동의 결과'로 본다는 점에선 동일해요. 그러나 구성주의는 이러한 프레임에서 한 발짝 벗어나요.
우선 행위자를 국가라는 단일한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요. 또한 국제질서나 체제를 합리적이고 전략적 행동의 결과로도 보지 않아요. 어떤 국가 지도자가 국내에서는 인권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도 인권에 관한 국제조약에는 찬성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러한 간극 사이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게 되고, 이러한 '정체성'이 형성되고 유지되고 변화하는 과정이 국제사회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물로 만든다고 평가해요.
한국에서 열렸던 '1988 올림픽・패럴림픽'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어요. 올림픽을 유치하던 당시만 해도 한국은 군부정권이었지만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되자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행동규범을 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요. 즉, 한국은 독재와 자유민주주의 간의 괴리감 사이에서 후자로 변화할 모멘텀을 더 많이 얻게 되고 결국 1987년에 군부독재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어요.
이는 '2022 베이징 올림픽・패럴림픽'을 둘러싼 보이콧 논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델타 월딩에서는 '베이징 보이콧'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보이콧 반대론자들은 보이콧은 중국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중국의 MZ세대를 자극해 시진핑의 권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해요. 그렇기에 보이콧을 하기보다 중국의 인권탄압 현실을 더 폭로하며 중국으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러한 논쟁은 (신)현실주의나 (신)자유주의로 설명하는 데엔 한계가 많아요. 즉, 국제사회는 '단일한 행위자의 전략적 행동의 결과'로만 이뤄지지 않기에, '복합적이고 유기체적인 생물들이 만들어가는 과정'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 구성주의 이론의 핵심이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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